[기고] ‘어퍼머티브 액션’ 아직은 유지돼야
대학 입학 시 소수계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의 위헌 여부 판결이 이달 예정되어 있다. ‘어퍼머티브 액션’이란 역사적으로 차별받거나 교육기회를 받지 못한 소수계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입 전형시 인종을 어느 정도 고려하는 것이다. 가주를 비롯해 이미 어퍼머티브 액션을 폐지한 주들도 있다. 보수 측에서는 어퍼머티브 액션이 ‘역차별’ ‘이중잣대’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학이 암묵적으로 소수계에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백인 학생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학 내 백인 학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다지 설득력은 없다. 시민단체인 ‘공정한 대학입시를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 SFFA)’은 2020년 하버드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체의 설립자 에드워드 블럼은 교묘하게도 백인 학생 대신, 익명의 중국계 이민자 학생을 소송 원고로 내세웠다. 이 학생은 자신이 최고 수준의 GPA와 SAT 만점을 받았지만 ‘어퍼머티브 액션’ 때문에 하버드대 입학에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소송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으며 곧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이같은 ‘불공정’ 주장은 교육열이 높은 한인 등 아시아계 학생과 학부모를 자극하고 있다. 필자의 주변에도 “성적이 뛰어난 한인 학생 대신, 실력이 떨어지는 흑인, 라티노 학생이 명문대에 간다”고 말하는 한인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인 등 아시아계 학생이 흑인, 라티노 학생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센터(AAAJ)의 존 C 양 CEO는 “올해 하버드대 아시안 학생 비율은 28%를 차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시아계가 미국 인구의 7%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계의 명문대 합격 비율이 높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어퍼머티브 액션’이 폐지되면 오히려 백인 학생들의 숫자가 늘어나 아시아계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한 대만계 학생은 자신이 아시안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성을 신(Shin)에서 쉰(Sheen)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보수파가 장악한 연방대법원이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토머스 사엔즈 멕시칸권익보호교육기금(MALDEF) 회장은 “어퍼머티브 액션의 위헌 판결 가능성이 크다”며 “그로 인해 소수계 채용, 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 등 인종과 관련된 모든 배려사항이 철폐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평등정의협회(EJS)의 리사 홀더 변호사는 “어퍼머티브 액션이 폐지되면 대학은 백인 전용 학교가 돼 유색인종들은 교육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다양한 인종이 공부하는 교육환경이 특정 인종에 집중된 것보다 35% 더 생산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지적한다. ‘어퍼머티브 액션’이 없어지면 이른바 ‘레거시 입학( legacy admissions)’ 제도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부모 등이 해당 대학 출신이면 자녀 입학에 유리하고, 대학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면 역시 합격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비영리단체인 ‘대학기회를 위한 캠페인(The Campaign for College Opportunity)’의 미쉘 시퀘로스 회장은 “레거시 입학처럼 대학 입시 과정에서 부당한 것들이 많은데 유독 어퍼머티브 액션만 표적으로 삼는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필자 역시 ‘어퍼머티브 액션’은 아직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흑인 등 소수계가 제대로의 교육기획을 갖게 된 것은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 이후다. 아직 60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앞으로 몇십년 후 대학 교육을 받은 소수계가 많아지면 어퍼머티브 액션을 폐지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폐지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한인 학생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액션 아시아계 학생들 소수계 학생들 한인 학생